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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if.elif.fi 블로그의 엘리프입니다. 😊
Mac 사용자라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은 누르게 되는 키가 있죠. 바로 ⌘ (커맨드)
키입니다. 복사하기(⌘C), 붙여넣기(⌘V), 저장하기(⌘S)… 우리 손에 너무나도 익숙한 이 키보드의 핵심인데요.
혹시 문득 궁금했던 적 없으신가요? 이 네잎클로버 같기도 하고, 프로펠러 같기도 한 독특한 기호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요? 오늘은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이 작은 기호 뒤에 숨겨진, 초기 애플의 흥미진진한 고민과 창의적인 해결책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1. 모든 것의 시작: ‘애플 키‘의 탄생 (Apple III 시절)
놀랍게도 커맨드 키의 역사는 우리가 아는 매킨토시보다 더 오래전, Apple III (1980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스티브 잡스는 프로그램마다 제각각이었던 명령어들을 표준화해서 사용자가 더 직관적으로 컴퓨터를 쓰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 결과, 두 개의 새로운 ‘명령‘ 키가 탄생했습니다.
- 열린 애플 키(): 테두리만 있는 애플 로고로, 복사/붙여넣기처럼 여러 프로그램에서 공통으로 쓰는 단축키에 사용됐어요.
- 닫힌 애플 키(): 속이 꽉 찬 애플 로고로, 시스템 설정 변경 같은 특정 기능에 쓰였죠.
비록 Apple III는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애플 로고를 단축키로 쓴다‘는 아이디어만큼은 살아남아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졌습니다.

2. 스티브 잡스의 불호령: “화면에 애플 로고가 너무 많아!”
시간이 흘러 리사(Lisa)와 매킨토시(Macintosh)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개발팀은 자연스럽게 ‘애플 키‘를 계속 사용했고, 화면의 메뉴에도 단축키를 표시하기 위해 애플 로고()를 넣었어요. 처음에는 모두가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메뉴마다 애플 로고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본 스티브 잡스는 질색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미쳤어? 화면에 애플 로고가 너무 많잖아! 이건 우리 로고를 너무 막 쓰는 거라고!”
그는 애플 로고의 상징적인 가치가 이렇게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이 불호령에, 팀은 급하게 애플 로고를 대체할 새롭고 의미 있는 기호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3. 구원투수 수전 케어와 ‘기호 사전‘
이 중대한 임무는 당시 애플의 천재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수전 케어(Susan Kare)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녀는 시카고 휴지통, 올가미, 페인트 통 등 우리가 아는 초기 Mac의 상징적인 아이콘들을 대부분 창조한 전설적인 인물이죠.
마감은 다가오고, 그녀는 애플 로고를 대체할 완벽한 기호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맸습니다. 경찰 배지, 호루라기 등 여러 상징을 검토하던 그녀는, 문득 ‘국제 기호 사전‘을 뒤적이기 시작했어요. 수많은 기호들 속에서 그녀의 눈에 운명처럼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4. 발견! 스웨덴 캠핑장의 ‘명소‘ 표지판
바로 이 ⌘
기호였습니다!
이 기호의 공식 명칭은 ‘세인트 존의 팔(Saint John’s Arms)‘ 또는 ‘고르곤 루프(Gorgon Loop)‘ 등으로 불리며,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상징이었어요. 특히 스웨덴에서는 ‘주목할 만한 명소‘나 ‘캠핑장‘을 알리는 교통 표지판으로 널리 쓰이고 있었죠.
수전 케어는 이 기호가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용자를 원하는 기능(명소)으로 안내하는 ‘단축키‘의 역할과 그 의미가 완벽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16×16 픽셀의 저해상도 화면에서도 뭉개지지 않고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이 기호를 스티브 잡스에게 보여줬고, 그 역시 만족하며 최종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5. 진화: 애플 로고와 커맨드, 어색한 동거에서 완전한 독립까지
재미있는 점은 그 이후의 역사입니다.
- 1986년, 애플은 기존 Apple II와 매킨토시 모두와 호환되는 키보드를 만들면서, 두 사용자층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하나의 키에 애플 로고와 ⌘ 기호를 모두 넣었습니다.
- 이 ‘하이브리드 키’는 꽤 오랫동안 사용되었어요. 그래서 나이가 좀 있는 Mac 사용자들은 지금도 커맨드 키를 ‘애플 키’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 2007년, 마침내 애플은 키보드에서 애플 로고를 완전히 제거하고, 대신
command
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새겨 넣었습니다. 당시 PC에서 Mac으로 넘어오는 새로운 사용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키의 역할을 명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죠.
6. 캠핑장에서 성벽까지, 기호에 담긴 철학
결국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 커맨드 키는, 화면의 미학을 지키려는 스티브 잡스의 고집과, 전혀 다른 문화권의 표지판에서 영감을 얻은 한 천재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만나 탄생한 것이죠.
훗날 수전 케어는 한 남성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 기호가 고대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는 ‘요새’와 같다는 점에서, 이 의미가 커맨드 키에 정말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캠핑장 표지판에서 시작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지키는 견고한 성의 상징으로. 작은 기호 하나에도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애플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지 않나요?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 키를 누를 때마다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실 것 같나요?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주세요